제목 영구임대, 판자촌보다 자살률 높아 - 연구결과 한겨례신문 보도 내용
작성자 김영욱 (yokim) 작성일 2016.03.24 조회 236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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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734234.html


(아래는 기사 원문)

영구임대, 판자촌보다 자살률 높아


김영욱 세종대 교수 자살사례 조사

생활수준 낫지만 비관자 30% 더
외부 연결되는 공간수가 적은 탓
일반 입주민과 격리…상대적 박탈감

저소득층의 대표적 주거공간인 영구임대아파트와 판자촌 가운데 그나마 ‘삶’을 낙관하는 곳은 어디일까. 삶의 조건에 대한 근원적 지표가 되는 ‘자살’이란 측면에서 보면, 판자촌이 차라리 영구임대아파트보다 더 나은 것으로 조사됐다.

영구임대아파트 쪽 생활수준은 판자촌을 앞섰으나 자살률이 높았다. 연구진은 공간구조의 차이에서 원인을 찾았다.

9일 김영욱 세종대 교수(건축학)와 김주영(세종대 박사수료)씨가 도시설계학회 논문집에 낸 ‘영구임대아파트와 판자촌의 공간구조와 자살률 비교’ 논문을 보면, 서울의 한 구에 속한 영구임대아파트와 판자촌 주민의 5년(2007~2011년)간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연간 자살자수)은 각각 39.21명과 29.84명으로, 영구임대아파트 쪽 자살률이 30% 이상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구임대아파트 쪽 자살률은 해당 구민 전체의 평균 자살률(18.83명)의 2배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해당 자치구 내 모든 영구임대아파트 1만3472가구(9개 단지)와 판자촌 2818가구(5개 마을)의 자살 사례 등을 자치구와 경찰청 자료에 기초해 수집 분석했다.

경제적 수준은 오히려 판자촌 쪽이 열악했다. 영구임대아파트 쪽은 하위 1~2분위 소득계층이 전체의 83.7%를 차지하고 소득은 월 157만8000원 수준(2011년 기준)이었지만, 판자촌은 평균 소득을 책정하기 어려울 정도의 최저빈곤층으로 파악됐다.

거주공간의 전용면적도 판자촌이 1가구당 평균 24㎡ 수준으로 영구임대아파트의 최소 공급면적(약 26㎡)보다 작았다. 두 주거지 경우, 생활형편이나 거주면적이 자살률 격차에 영향을 미치진 못한 셈이다.

연구진은 양쪽의 공간구조 차이에 주목했다. ‘스페이스 신텍스’(Space Syntex)라는 공간구조 분석 기법을 적용해 양쪽을 비교해보니, 인접한 공간에서의 물리적·심리적 접근성을 수치로 표현한 ‘국부통합도’란 지표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보였다. 영구임대아파트(1.66)가 판자촌(1.78)보다 낮았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영구임대아파트 경우 단지가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고, 외부공간과 연결되는 공간의 수가 적은 탓으로 분석됐다. 이웃·주변과 격리된 정도가 심하단 얘기다. 논문은 “영구임대아파트에서는 이웃 간의 교류가 이뤄져야 할 공간에서 공간 네트워크상의 통합성이 약하게 나타났고, 주거동 뒷길이 막다른 길인 경우가 많았다. 반면 판자촌의 경우 외부에서 마을 내부 공간까지 주변 공간을 단계적으로 연결하는 ‘연계성이 좋은 공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구임대아파트가 같은 단지 안에서도 일반 입주민들과 별도의 출입구을 쓰도록 내몰리거나, 이웃의 차별을 직접 받는 등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현상이 사회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김 교수 쪽은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임대주택 단지를 계획할 때 사회적관계망의 형성에 유리한 공간구조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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