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학교체육이 바로서야 생활습관병으로 인한 경제 손실을 줄인다
작성자 김상국 (skkim) 작성일 2014.01.14 조회 452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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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생활체육지에 기고된 칼럼 임

 

 

학교체육이 바로서야 생활습관병으로 인한 경제 손실을 줄인다

 

세종대학교 교수 김 상 국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모 스포츠 용품 광고에 나왔던 이 카피문구.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나오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그렇다. 사람은 쉼 없는 움직임을 통해 몸(body)의 건강을 유지하고 이를 통해 건강한 사고를 발현시킨다. 이는 동서고금을 통달하는 진리이자 생명을 관장하는 자연의 섭리이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고도화된 물질문명과 풍요로움에 기인하여 새로운 생활습관을 갖게되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의 섭리를 거역함으로써 스스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오늘날 인간이 겪고있는 질환은 19세기나 20세기 초기에 유행했던 전염성 질환과는 차원이 다르다. 만성적인 에너지의 과잉공급 또는 에너지 저소비로 인해 발생한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골다공증 등이 그것이다. 과거 성인병으로 불리던 이 질환은 일상생활의 습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해서 영국이나 프랑스,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를 생활습관병(lifestyle disease) 혹은 생활습관 관련병(lifestyle related disease)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최근 한국 내과학회에서도 성인병 혹은 만성질환을 가리켜󰡒생활습관병󰡓이라 이름을 붙였다. 이러한 만성질환은 그냥 방치하게 되면 회복되지 않고 진행되다가, 끝내는 동맥경화라는 합병증을 만들어 생명을 무참하게 빼앗아간다. 생활습관병이라는 의미는 질병을 바로 잡기가 힘들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반면에 또 한편으로는 생활습관에 주의하고 고치면 병을 예방하거나 막을 수 있다는 매우 긍정적인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많은 연구 결과들은 신체활동과 체력, 그리고 건강 상태는 매우 상관 관계에 있음을 과학적 근거를 들어 입증해 주고 있다. 즉, 신체활동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생활습관병을 초기에 예방하는데 기여한다고 밝히고 있다.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전 연령대에 있어서 모든 종류의 사망원인의 위험율을 25%이상 줄인다고 하며, 평균여명(life expectancy)이 전체 평균연령보다 약 2년 정도 증가한다고 한다. 종단적 역학 연구 결과에 의하면 비신체활동의 집단이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한 집단보다 심장질환(CHD) 발단의 위험율은 두 배정도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생활습관병으로 인해 지출되는 국민의료비 심각

 

생활습관병은 현대산업과 과학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인공적인 병원체인 운동부족, 영양불균형, 음주와 흡연, 스트레스 등이 주요 발병원인이다. 이로 인해 국민 의료비 지출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1997년 우리나라 국민 의료비 지출은 국내 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였으며, 국민 1인당 의료비는 총587달러가 지출되었다. 이는 1995년도(483달러)보다 약 21.0%가 증가한 수치이다. 또한, 우리나라 모든 질병의 81%가 생활습관병으로 분류되며, 지난 2001년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46.2%가 만성질환을 앓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생활습관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산성 손실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0.96%나 된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생활습관병이 국가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즈음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가리켜 󰡐덩치만 큰 약골󰡑이란 말이 있는데, 이 말의 의미는 체격은 커지는 데 반해 체력과 체질은 오히려 약화돼 가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의 학생체력검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남녀 중․고등학생 발육과 영양평가의 지표가 되는 신장과 체중은 과거 1970년과 비교하여 모두 크게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1980년대를 기준으로 급속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서구화된 식생활 및 학교급식을 통한 체계적인 영향관리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체력의 중요 지표 가운데 전신지구력의 지표인 오래달리기 능력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1985년도를 기점으로 남녀별 중․고등학생들의 체력이 급격하게 약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1972년도부터 1998년도에 이르기까지 전체 학년(남․여학생 불문)에서 오래달리기 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되었는데, 이러한 심폐지구력의 저하 현상은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비만 등과 같은 생활습관병 발병증가율과 무관하지 않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생활습관병의 발병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초․중등학생의 경우, 쾌적한 환경과 식생활의 변화(과거의 낮은 칼로리와 높은 섬유질이 함유된 식사에서 최근 높은 칼로리와 낮은 섬유질의 식사습관)에도 불구하고 신체활동량의 감소로 인해 비만도가 급격히 증가되고 있다. 1984년 남학생의 비만 빈도가 9.0%에서 1994년에는 19.0%로 증가하였고, 여학생의 경우 7.0%에서 16.0%로 증가하여 10년만에 2배이상의 증가를 보였다. 아동비만은 성인비만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과 같은 소아 성인병의 위험 요인들이 조기에 발현될 수 있으며, 성인비만으로 진행되었을 경우에는 호흡기와 피부, 관절 등도 비만과 관련된 합병증이 한층 빈번하게 동반된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부담하게 될 국민 의료비의 심각성은 자명하다.

 

학교체육은 생활습관병을 예방하는 유일한 길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에게 당면하고 있는 생활습관병을 예방하는 유일한 대안은 학교체육의 활성화와 내실화이다. 학교체육은 일정한 교육 이념에 따라 교육목적을 수립하고, 그 성장 발달 단계에 따라 계획적으로 시행함으로써, 학생들의 건강 및 체력을 유지․증진하고, 즐거운 삶을 영위토록 하는데 있다. 그러나 필자가󰡒학교체육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2001)를 한 결과, 우리나라 학교체육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총체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급격한 체력의 저하’ ‘열악한 학교체육 예산과 시설’ ‘학교체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결여’ ‘비교육적 엘리트 학교체육 운영’ ‘교원의 자질 및 체육지도의 부실’ ‘지역사회와 연계성 부재’ 등이 공통적으로 지적되었다.

 

작금의 실태를 보면, 아동들에게 있어 체육수업이란 그저 노는 시간으로 간주되고 있다. 프로그램에 의한 계획적인 시간이 아니라 단순한 게임 위주의 뛰어 놀고 즐기는 시간이며, 심한 경우 주요 교과과목으로 대체되거나 자습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와 같이 체육의 본질적 가치가 왜곡되는 것은, 전인교육이 무시되는 그릇된 ‘입시위주의 교육풍토󰡑때문이기도 하다. 학생들의 건강한 신체문화를 왜곡시킴은 물론, 지․덕․체의 균형 있는 발전을 저해하는 현행 입시위주의 교육제도는 반드시 개선되어져야 한다. 청소년들의 체력저하 현상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이러한 추세는 개인의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막대한 국가 경제의 손실을 초래할 것이므로 학교체육을 통해서 건강 및 체력을 유지․증진시킬 수 있는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청소년의 체력향상을 위한 다각적인 프로그램을 적용해야

 

우리나라 청소년의 심각한 체력저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체력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이 요구된다. 그 첫 번째 방안으로, 가칭󰡒대통령청소년 체력향상 위원회󰡓운영을 생각할 수 있다. 미국의 대통령체력스포츠위원회(PCPFS)는 모든 미국인들이 연령을 초월하여 국민체력 향상 및 바람직한 스포츠 활동을 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특히, 이 위원회는 청소년 체력 향상을 위해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으며 각 부분에 우수한 학생들에게 대통령이 직접 사인한 각종 증서를 수여하여, 청소년들이 체력향상에 동기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 위원회에서 체력향상을 위한 도전 프로그램(President's Challenge)이 제공되며, 대통령체력상, 국가체력상, 체력참가상, 건강체력상, 대통령 우수생활습관상 등이 주어진다. 여기서 국가체력상이란 학생들에게만 주어지는 상인데 5가지 건강관련체력 중 50%이상 합격하면 주어지는 상이다. 가칭󰡒대통령청소년체력향상위원회(President's Council on Youth Physical Fitness Promotion)󰡓운영(안)은 청소년 체력 향상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 이 조직은 별도 대통령산하 특별위원회 형식으로 각종 전문가들을 포함하여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체력장의 부활을 생각할 수 있다. 학교 체력장은 1972년도에 도입하여 실시하여 오다가 1994년도 폐지되고 말았다. 폐지 배경에는, 체력장 실시종목의 하나인 오래달리기를 하던 중에 안전사고로 인해 언론으로부터 비판 여론이 있었으며, 이러한 비판 여론은 급기야 체력장의 변별력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게 이르렀던 것이다. 이와 함께, 체력장을 이끌어 가는 현장의 교사나 학생들 사이에 체력장에 대한 가치인식이 결여된 것도 그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기실 체력장은 점점 약화되어가고 있는 청소년 체력을 향상시키는 한편 질병을 예방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중 하나라고 판단된다. 단, 운동관련 체력 검사보다는 건강관련 체력측정(심폐지구력, 유연성, 신체조성, 근력, 근지구력)에 포인트를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체력장 시행은 학교별 혹은 지역별로 자율화하되 변별력을 높여 차등화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대학입시에 반영할 수 있도록 각 대학에 홍보하여 장려․유도하는 방안을 상정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전교생 건강달리기의 정례화나 집단체조 실시 등을 상정할 수 있으며, 교육효과를 고려하여 전통적인 운동 방법보다는 생활습관을 병행하는 교육방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이제 청소년체력 향상 문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심도 있게 다뤄야 할 이슈이다. 청소년을 바르게 지도하고 육성하여 사회의 건전한 일원이 되도록 교육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 일환으로 국민건강의 기본인 학교체육을 살려야 한다. 학교체육이 빈사상태에 빠지면 저변 축소에 따른 엘리트 체육의 약화, 생활습관병 증가, 그리고 생활체육의 연결고리마저 취약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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